전기요금 고지서를 볼 때마다, 혹은 뉴스에서 폭염과 한파 소식을 들을 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우리가 쓰는 전기는 앞으로 어디에서 오게 될까 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태양광 패널을 얹은 지붕, 해안가에 들어서는 풍력 발전기, 그리고 정부가 발표하는 탄소중립 계획까지, 에너지 전환이라는 말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가 되었다.
특히 올해는 해상풍력 보급을 촉진하는 특별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갔고,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전력망 확충을 핵심 과제로 삼아 움직이고 있다.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는 청정에너지가 만들어내는 전력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발전량의 40%를 넘어섰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런데 정작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세계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이쯤 되면 친환경 에너지의 미래라는 주제가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삶과 산업, 그리고 다음 세대의 살림살이와 직결된 현실적인 문제라는 걸 부정하기 어렵다.
친환경 에너지란 무엇인가
친환경 에너지, 흔히 재생에너지라고 부르는 것은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처럼 자연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얻을 수 있고 사용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원을 말한다. 석탄이나 석유, 가스처럼 한 번 태우면 사라지는 화석연료와 달리, 해가 뜨고 바람이 부는 안 계속해서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는 종종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청정에너지에는 원자력처럼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지만 재생 가능한 자원은 아닌 에너지원도 포함된다. 최근 정부 정책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런 개념적 차이 때문이다. 친환경 에너지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는 이 둘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왜 이런 흐름이 생겨났나
에너지 전환이라는 흐름이 생겨난 배경은 크게 세 갈래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기후 위기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이상기후가 더 잦아지고 그 피해가 결국 사람들의 삶으로 돌아온다는 위기감이 국제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걸고 있고, 한국 정부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3에서 61퍼센트 줄이겠다는 국가 감축 목표를 확정한 바 있다.
둘째는 에너지 안보다. 화석연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자원이라, 국제유가나 지정학적 갈등에 따라 가격이 출렁이고 공급이 불안정해질 위험이 늘 존재한다. 반면 태양광이나 풍력은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셋째는 경제성의 변화다. 한때 태양광과 풍력은 화석연료보다 비싼 에너지로 여겨졌지만, 기술 발전과 설비 단가 하락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연구 기관 전망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단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육상풍력과 해상풍력 역시 비슷한 하락세를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친환경이라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라서 재생에너지를 선택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수치로 보면 한국의 현재 위치가 좀 더 분명해진다. 국내 총 발전설비 용량은 약 153기가와트 수준인데, 이 가운데 가스가 약 30퍼센트, 석탄이 약 26퍼센트를 차지하고, 신재생에너지는 약 23퍼센트, 원자력은 약 17퍼센트 정도의 비중을 보인다. 설비 용량 기준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서는 등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실제 발전량 기준으로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국제 에너지 싱크 탱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10퍼센트로, 전 세계 평균인 32퍼센트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태양광은 5퍼센트, 풍력은 0.5퍼센트에 그치며 지난 몇 년간 사실상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한국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여전히 60퍼센트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한 제도적 움직임도 시작됐다. 올해 3월에는 해상풍력 보급을 촉진하는 특별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민간이 알아서 입지를 찾던 기존 방식 대신 정부가 직접 후보지를 지정하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개발 체계가 바뀌었다. 이를 통해 정부는 현재 0.4기가와트 수준인 해상풍력 설비를 2035년까지 25기가와트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채우도록 하던 기존 의무 공급 제도도 용량 목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편이 추진되고 있어, 사업자로서는 수익 예측이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발전소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과 일자리, 지역사회, 그리고 가계 살림에까지 두루 영향을 미친다.
산업 측면에서는 국내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라는 국제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대규모 전력을 쓰는 제조업체가 20년 규모의 대형 재생에너지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도,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기업 경쟁력의 한 척도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조달이 늦어지면 수출 기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지역사회 측면에서는 해상풍력 개발을 둘러싼 어업인과 지역 주민의 수용성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발전 사업이 늘어나는 만큼 어업 활동이나 생활 터전에 영향받는 주민들과의 이익 공유, 소통 구조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로 지목된다.
가계 측면에서는 전기요금과의 관계를 짚어봐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 초기에는 설비 투자 비용이 요금에 반영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발전단가 하락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 감소가 오히려 요금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는 전력망 투자와 제도 설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나
해외 사례를 보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결코 순탄하기만 한 길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독일은 에너지 전환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꾸준히 늘려 전력 부문에서만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도 있다. 태양광 발전이 몰리는 시간대에 전력이 남아돌아 도매시장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하는 일이 잦아졌고, 고정 매입 가격과 실제 시장 가격의 차이를 정부가 막대한 재정으로 보전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그 전력을 얼마나 유연하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덴마크,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처럼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전력 구성의 40퍼센트를 넘는 나라들도 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단순히 발전 설비를 많이 지은 것이 아니라, 전력망 운영 기술과 시장 제도, 저장장치를 함께 갖췄다는 데 있다.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 자체보다 그것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중국은 조금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그동안 수출 기업에 세금 환급 혜택을 주며 태양광 산업을 키워왔지만, 올해 4월부터는 이 환급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기로 했다. 저가 물량 공세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효율성을 앞세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친환경 에너지의 미래는 단순히 설비를 얼마나 빨리 늘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전력을 안정적으로 담아낼 그릇, 즉 전력망과 저장 기술, 시장 제도를 함께 준비하는 문제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해법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전력망 확충이다. 아무리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많이 지어도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곳까지 옮길 송전망이 부족하면 무용지물이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송전망 확충 계획과 초고압직류송전 케이블 확대가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병목을 뚫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다음은 에너지저장장치, 이른바 ESS의 확대다. 태양광은 해가 떠 있을 때만,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만든다는 한계가 있다. 이 간헐성을 보완하려면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저장 기술이 함께 커져야 한다. 해외에서는 장시간 방전이 가능한 대용량 배터리나 열에너지를 저장하는 신기술도 시험 되고 있어, 국내 상용화 속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제도 개편이다. 발전량 비율로 의무를 부과하던 기존 방식에서 용량 목표와 장기 고정가격 계약으로 전환하는 흐름은, 사업자에게 예측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제공해 투자를 유인하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제도가 자주 바뀌면 오히려 투자자들이 관망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역 수용성 확보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기술이 있어도 발전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 주민과 어업인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사업은 지연되기 마련이다. 주민이 직접 사업에 투자하고 이익을 나누는 참여형 모델을 내실 있게 설계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
친환경 에너지란 태양광, 풍력 등 자연에서 반복적으로 얻을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에너지원을 말한다.
기후 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강화, 발전단가 하락이라는 세 가지 흐름이 맞물리며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약 10퍼센트로 세계 평균 32퍼센트에 못 미치지만, 설비 용량과 제도 측면에서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올해 시행된 해상풍력 특별법을 통해 2035년까지 해상풍력을 25기가와트 이상으로 늘리는 목표가 제시됐다.
산업 경쟁력, 지역사회 수용성, 가계 전기요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에너지 전환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 남유럽 국가들의 사례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만큼이나 전력망과 저장 기술, 시장 제도의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법으로는 전력망 확충, 에너지저장장치 확대, 제도 일관성 확보, 지역 수용성 제고가 꼽힌다.
마무리하며
친환경 에너지의 미래는 어느 한순간에 완성되는 그림이 아니다. 설비를 짓는 일, 전력망을 까는 일, 제도를 다듬는 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향받는 사람들과 이익을 나누는 일까지, 여러 층위의 과제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긴 여정에 가깝다. 한국은 이제 막 그 여정의 속도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한 단계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숫자로만 좇는 것이 아니라, 그 전기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나르고 저장하는 시스템 전체를 함께 갖춰 나가는 일이다. 그래야 에너지 전환이 일부의 부담이 아니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변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몇 년간 전력망 투자와 해상풍력 사업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 방안이 어떻게 자리 잡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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