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이 이야기를 해야 할까
며칠에 한 번꼴로 스토킹 관련 사건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헤어진 연인을 찾아가 위협하거나, 접근 금지 명령받고도 다시 나타나는 식의 사건들이다. 그리고 그 끝이 늘 안전한 결말은 아니라는 점이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숫자로 봐도 체감은 틀리지 않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신고 건수는 2021년 1만 4,509건에서 2025년 4만 4,667건으로, 4년 만에 세 배 넘게 늘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가정폭력·교제 폭력·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2021년 31만 6,542건에서 2025년 47만 5,617건으로 4년 새 약 16만 건 증가했다. 특히 스토킹 신고는 같은 기간 1만 4,509건에서 4만 4,667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법이 없던 시절도 아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넘었고, 그사이 법도 여러 차례 손질됐다. 그런데도 왜 신고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기만 하는 걸까. 오늘, 이 질문에서 출발해 보려 한다.
스토킹 범죄란 무엇인가
스토킹은 흔히 ‘집착’이나 ‘구애의 실패’ 정도로 가볍게 여겨지곤 하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한 범죄 행위다. 스토킹 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통신매체를 이용해 말이나 글, 영상 등을 반복적으로 전달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한다. 스토킹 처벌법 제2조는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소명된 7가지 유형의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때 비로소 스토킹 범죄가 성립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점. 둘째, 그 행위가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지속성·반복성’ 기준을 두고는 애매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실제로 얼마나 반복돼야 처벌 대상이 되는지 법원마다 해석이 갈릴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법 운용의 숙제로 남아 있다.
과거에는 이런 행위가 경범죄 수준으로 취급되거나, 정보통신망법 등 다른 법률로 애매하게 다뤄지던 시절도 있었다. 스토킹만을 겨냥한 별도의 처벌법이 만들어진 건 2021년의 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나
스토킹이 갑자기 생겨난 범죄는 아니다. 다만 그동안 제대로 이름 붙여지지 못했을 뿐이라는 분석이 많다. 몇 가지 배경을 짚어보면 이렇다.
먼저 법 자체의 역사가 짧다. 우리나라에서 스토킹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건 1999년이지만, 실제로 처벌법이 만들어져 시행된 건 2021년 4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에 스토킹 범죄에 관한 법률이 발의되었으나, 법적 대응 체계는 2021년 4월에 제정된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비로소 구축되었다. 처벌 근거가 뒤늦게 마련된 만큼, 그동안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넘어간 사건이 많았을 가능성이 크다. 법이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이것도 신고할 수 있는 일이었구나’를 알게 된 사람들이 늘어난 셈이다.
두 번째는 법 개정 이후의 변화다. 2023년 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됐다. 그전까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기소할 수 없는 구조였는데, 이 조항이 오히려 가해자에게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 스토킹을 지속할 동기를 준다는 지적이 많았다. 피해자 선택에 따라 가해자 처벌 여부가 결정되면 가해자에겐 합의를 목적으로 스토킹을 더 지속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는 전문가 지적이 대표적이다. 조항 폐지 이후로는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와 기소가 가능해지면서, 경찰이 사건을 접수하는 문턱 자체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 번째는 디지털 환경의 변화다. SNS와 메신저, 위치 공유 기능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를 유포하거나 신원으로 속이는 방식의 새로운 스토킹 유형이 늘고 있다. 실제로 법 개정 과정에서 온라인 스토킹 유형이 별도로 신설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조치였다. 개정안에는 반의사불벌죄 폐지, 온라인 스토킹 유형 신설(개인정보 등 게시·배포, 온라인 사칭), 잠정조치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도입, 피해자 신변 안전조치 및 국선변호사 제도 도입, 잠정조치 기간 연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사이버 스토킹은 그동안 별도 통계 체계가 없어 5년 가까이 공식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수치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 수는 2022년 1만 545명에서 2023년 1만 1,841명, 2024년(잠정) 1만 3,075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 수는 지난해(잠정 통계 기준) 1만 3,075명으로 전년(1만 1,841명) 대비 10.4% 늘었다. 2022년 1만 545명이 피해자였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약 2,500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보면 스토킹이 낯선 타인보다는 가까운 관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해자의 81%가 남성이고 피해자의 80.7%가 여성인데, 둘의 관계는 연인 또는 전 연인이 31.6%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기타(27.9%), 타인(16.4%), 지인(6.9%) 순이었다. 스토킹 범죄 관련 성비 현황을 살펴보면 가해자는 81%가 남성이었으며, 피해자의 약 80.7%가 여성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애인(전 애인 포함)이 31.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기타(27.9%), 타인(16.4%)이 뒤를 이었다. 흔히 상상하는 ‘모르는 사람의 위협’보다, 헤어진 연인이나 가까웠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더 걱정스러운 대목은 신고는 느는데 실제 구속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점이다. 스토킹 피의자 구속률은 2021년 7%에서 2022년 3.3%, 2023년 3.2%로 해마다 낮아졌다.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 신고는 2021년 1만 4,509건, 2025년 4만 4,684건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나 피의자 구속률은 2021년 7% 2022년 3.3% 2023년 3.2%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신고 건수는 세 배 넘게 뛰었는데, 실제로 신변에 위협을 느낀 가해자가 구속되는 비율은 오히려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스토킹뿐 아니라 가정폭력, 교제 폭력을 포함한 관계성 범죄 신고 전체가 2024년 35만 6,988건에서 2025년 43만 9,382건으로 1년 새 23.1% 급증하면서, 경찰 현장에서도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토킹과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 신고 건수는 2024년 35만 6,988건에서 지난해 43만 9,382건으로 1년 사이 23.1% 급증했다.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스토킹은 한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치부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사회 전체의 안전망과 맞닿아 있는 문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피해자의 일상 붕괴다. 스토킹 피해자는 이사를 하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등 삶의 터전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렇게 자리를 옮겨도 완전한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접근 금지 명령이나 전자장치 부착 같은 보호조치가 있었음에도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반복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2025년 7월 대통령은 관계 당국의 뼈아픈 자성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고, 법무부는 2026년 1월 스토킹 처벌법 개정을 언급하며 교제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겠다 밝혔다며, 성평등가족부는 3월 스토킹 처벌법과 스토킹 방지법 개정이 신속히 이뤄지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사이 또 한 명의 여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두 번째는 치안 시스템에 가해지는 부담이다. 신고 건수가 급증하면서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의 상담 업무도 크게 늘었는데, 전문 인력과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업무량만 늘어나고 있다는 현장의 불만도 존재한다.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 소속 경찰관으로서 업무 부담이 늘었다. 관계성 범죄에 대한 일선 경찰의 전문성이 부족한데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신고는 받아주되 실제로 피해자를 안전하게 지켜낼 인력과 체계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제도는 있지만 보호는 없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신뢰의 문제다. 신고했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건이 종결되거나, 가해자가 접근 금지 명령을 어겨도 별다른 제재 없이 넘어가는 경험이 쌓이면, 피해자는 물론 잠재적 피해자들까지 ‘신고해도 소용없다’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는 결국 신고율 자체를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나
이웃 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스토킹 대응 역사가 훨씬 길다. 일본은 2000년에 이미 ‘스토커 규제법’을 제정했고, 우리보다 20년 가까이 앞서 있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약 20년 앞서 2000년 5월에 스토커 규제법을 제정하였고, 2016년 개정에서 이미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와 온라인 스토킹 행위 추가를 시행하였으며, 2021년 개정에서는 GPS 기기를 이용한 감시 규제를 포함하여 스토킹 범죄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그럼에도 접근금지 명령받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최근 일본 여당은 가해자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 단말기를 부착해 피해자 인근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알림이 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스토킹 가해자에게 위성 위치정보 시스템 단말기를 부착해 피해자에게 접근할 경우 이를 즉시 통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접근 금지 명령받은 스토킹 가해자에게 GPS 단말기를 착용하게 하고 피해자 주변에 접근하면 피해자에게 자동 알림을 보내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런 방식이 가해자 개인의 이동을 국가가 사전에 감시하는 셈이어서, 인권 침해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영국은 접근이 조금 다르다. 이른바 ‘클레어법’으로 불리는 제도를 통해 연인이 상대방의 폭력이나 성범죄 전력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전 정보 제공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해외 사례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건, 법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오래 앞서 법을 도입한 일본조차 여전히 제도 보완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스토킹 문제가 한 번의 입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다.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몇 가지 방향에서 고민해 볼 수 있다.
첫째, 보호조치 사이의 ‘틈’을 메우는 일이다. 국내에서는 가해자의 전자발찌 위치정보를 법무부가 관리하고,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스마트워치 시스템은 경찰이 관리하는 이원화된 구조 때문에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동되지 않아 위기 상황에서 제때 경고가 전달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법무부에서 정보를 관리하는 전자발찌만 차고 있었기에 가해자의 위치정보는 경찰의 보호를 받던 피해자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부처 간 정보 연동 체계를 정비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둘째,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를 강화하고, 스토킹 정의 범위를 넓히는 일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온라인 게시판을 이용한 지속적 괴롭힘 등 다양해진 스토킹 양상을 법이 따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피해자보호명령 제도를 도입하는 등 피해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며,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악용하지 않도록 법률을 정비할 필요도 있다는 전문가 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 현장 대응력을 키우는 일이다. 신고가 늘어난 만큼, 이를 받아내는 일선 경찰이 사건의 심각성을 판단하고 적절한 보호조치로 연결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상담 자체보다 피해자 보호조치와 전문 기관 연계 여부를 판단하는 실전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넷째, 구속률 등 실제 제재 수준을 점검하는 일이다. 신고가 늘어도 처벌이 뒤따르지 않으면 제도에 대한 신뢰는 쌓이기 어렵다. 관계의 맥락, 즉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토킹의 특수성을 반영한 법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
스토킹 신고 건수는 2021년 1만 4,509건에서 2025년 4만 4,667건으로 4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가해자의 81%가 남성, 피해자의 80.7%가 여성이며, 연인·전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31.6%로 가장 높다.
신고는 급증했지만, 구속률은 2021년 7%에서 2023년 3.2%로 오히려 낮아졌다.
2023년 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고 온라인 스토킹 유형이 신설됐지만, 여전히 사망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도 GPS 감시, 전과 정보 사전 공개 등 다양한 제도적 보완을 이어가고 있다.
법무부와 경찰 간 위치정보 연동, 현장 대응 전문성 강화가 앞으로의 과제로 꼽힌다.
마무리 결론 및 시사점
스토킹 범죄가 늘어난 건, 단순히 나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그동안 이름 붙여지지 못했던 문제가 이제야 신고라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법이 생기고, 처벌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예전 같으면 참고 넘어갔을 일을 이제는 신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신고가 늘어난 만큼 실제로 피해자를 지켜낼 수 있는 체계가 함께 자라야 하는데, 지금의 구속률 추이나 반복되는 사망 사건을 보면 아직 그 간극이 다 메워지지 않은 듯하다. 법을 만드는 일과 그 법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은 별개의 과제라는 걸, 최근 몇 년의 흐름이 계속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이 간극을 어떻게 좁혀 나갈지가, 스토킹 문제를 다루는 다음 단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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