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갇힌 청춘, 5.2%의 경고” — 청년 고립·은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1. 도입부 왜 지금 이 이슈를 이야기해야 하는가

며칠째 방문을 열지 않는 자녀,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친구. 주변을 돌아보면 한둘쯤 떠오르는 얼굴이 있을지 모른다. 취업 실패나 인간관계의 어려움, 크고 작은 좌절을 겪은 뒤 자신을 방 안에 가두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 흐름의 속도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상태로 분류되는 만 19~34세 청년의 비율은 2022년 2.4%에서 불과 2년 만에 5.2%로 뛰어올랐다. 같은 조사를 기준으로 2년 만에 2.4%에서 5.2%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20만 명대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는 뜻이니, 더는 소수의 특이한 사례로 치부하기 어려운 규모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오랫동안 “게으르다”, “의지가 약하다”는 식의 개인 탓으로 돌려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잇따라 실태조사와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선택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들여다볼 때다.

  1. 이 이슈란 무엇인가 정의와 개념 정리

‘고립·은둔 청년’이라는 말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두 단어는 결이 조금 다르다. 고립은 가족 외의 사람들과 접촉이 거의 없는 상태를, 은둔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집이나 방 밖으로 나가는 일 자체가 극히 드문 상태를 가리킨다. 실무적으로는 최소 6개월 이상 취업이나 취학 등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외부와 단절된 경우를 이 범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상태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별종’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취업에 실패하거나 직장 내 관계에서 상처받은 뒤, 잠깐의 ‘재충전’ 기간이 길어지고 길어지다 결국 사회로 나가는 문턱 자체가 높아져 버리는 흐름이 반복해서 관찰된다. 즉 고립·은둔은 특정 사건의 결과라기보다는, 여러 좌절이 쌓이며 서서히 굳어지는 하나의 ‘상태’에 가깝다.

일본에서 먼저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라는 이름으로 사회 문제화된 이 현상은 이제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1. 왜 이런 문제가 생겼나 발생 배경

청년 고립·은둔 문제의 배경에는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취업 시장의 벽이다. 원하는 만큼의 일자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반복되는 탈락 경험은 자존감을 갉아먹고, “더 나가봤자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 쉽다.

여기에 관계의 어려움도 한몫한다. 학창 시절의 따돌림이나 직장 내 갈등을 겪은 뒤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겪는 외로움이 성인기 이전과 이후의 경험, 평소 생활 방식, 대인 교류의 빈도, 우울감, 주관적 건강 상태 등 여러 요인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2022년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자료 중 고립·은둔 청년으로 분류된 48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성인기 전후 경험과 생활 방식, 교류 빈도, 우울, 건강 상태 등이 외로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실패는 곧 낙오’라는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 실패를 회복할 여유나 재도전의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낄수록, 아예 그 경쟁 자체에서 발을 빼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와 팬데믹 이후 굳어진 비대면 생활 습관도 고립을 더 쉽게 만드는 환경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1. 지금 상황은 어떤가? 현재 실태

수치로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국무조정실 조사에서 고립·은둔 상태로 분류된 만 19~34세 청년은 2022년 약 24만 4천 명, 비율로는 2.4% 수준이었지만, 불과 2년 뒤인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5.2%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더해 국회 관련 자료에서는 고립·은둔을 생각하는 위기 청년의 규모가 최대 약 54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도 제시된 바 있다.

더 눈여겨볼 지점은 이 현상이 청년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립·은둔 문제는 청년층을 넘어 중장년층까지 확산하고 있으며, 특히 가족 구성원마저 외부와의 관계를 함께 끊게 되는, 이른바 ‘동반 고립’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즉 한 사람의 은둔이 가족 전체의 고립으로 번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민권익위원회도 최근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2025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7%가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셈이다.

  1.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청년 고립·은둔은 당사자 개인의 삶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우선 경제적으로는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인력이 그만큼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안 그래도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일할 수 있는 나이의 청년들이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사회 전체의 성장 동력에도 부담이 된다.

가족 단위로 보면 부담은 더 직접적이다. 은둔 상태가 길어질수록 부모나 형제자매가 경제적, 정서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몫이 커지고, 이는 앞서 언급한 ‘동반 고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가정의 문제가 세대를 넘어 반복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복지 체계 측면에서도 새로운 과제가 생긴다. 기존의 복지 정책은 대개 소득이나 실업 등 ‘드러난’ 위기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데, 고립·은둔 청년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기존 안전망 밖에 놓이기 쉽다. 결국 이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연결할 것인가가 정책의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1.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나 – 해외 사례

이 문제를 먼저 겪은 나라들의 대응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신설하고, 같은 해 전국 단위의 외로움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개년 계획인 ‘연결된 사회’를 추진하며 매년 연간보고서로 이행 상황을 점검해왔다. 특히 의료기관이 환자를 약물 치료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 모임이나 상담, 문화·봉사 활동으로 연결하는 ‘사회적 처방’ 제도를 도입한 점이 눈에 띈다. 외로움을 치료 대상이 아니라 ‘관계의 결핍’으로 규정하고, 행정과 지역사회가 그 연결을 복원하도록 돕는 접근이다.

일본은 히키코모리 문제를 오래전부터 통계로 다뤄온 나라답게 제도화 속도도 빠르다. 2021년 고독·고립 문제를 전담하는 장관직을 신설했고, 2024년 4월부터는 ‘고독·고립대책 추진법’을 시행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한국 역시 서울시가 복지실 산하에 돌봄·고독정책관을 신설하는 등 영국과 일본의 담당 조직을 벤치마킹한 정책 실험에 나선 상태다. 다만 아직은 법제화나 전국 단위 컨트롤타워 측면에서 걸음마 단계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1.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 해결 방안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발굴’ 체계다.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이들의 특성상, 주민센터나 학교, 병원 등 여러 접점에서 위기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연계할 수 있는 촘촘한 그물망이 필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시한 은둔형 외톨이 발굴·지원 체계 확립, 중장년층까지 아우르는 전 연령 지원 확대, 함께 고립을 겪는 가족을 위한 심리상담과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의 방향은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둘째로는 실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다. 한 번의 취업 실패나 관계의 어려움이 인생 전체의 낙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경험을, 정책과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재도전을 지원하는 청년 정책들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체계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셋째, 낙인을 줄이는 공론화도 중요하다. 영국의 사례처럼 통계와 담론을 꾸준히 축적해 ‘외로움과 고립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상태’라는 인식이 퍼질 때, 당사자와 가족이 도움을 요청하는 문턱도 낮아진다. 마지막으로 의료와 복지, 고용, 지역사회가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한 사람을 중심으로 연계되는 통합적 지원 체계의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

  1.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
    국무조정실 조사 기준, 고립·은둔 청년(19~34세) 비율은 2022년 2.4%에서 2년 만에 5.2%로 급증
    고립을 생각하는 위기 청년까지 포함하면 최대 약 54만 명 추정
    취업 실패, 관계의 어려움, 경쟁적 사회 분위기, 1인 가구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청년층을 넘어 중장년층까지 확산되며 ‘동반 고립’ 현상도 나타남
    영국(외로움부 장관·사회적 처방), 일본(고독·고립대책 추진법)이 선제적 대응 사례
    발굴 체계 강화, 실패에 대한 인식 전환, 낙인 완화, 통합적 지원 체계가 핵심 과제
  2. 마무리 – 결론 및 시사점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 조용한 위기는, 소리 없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통계에 잡히는 숫자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추정치일 뿐,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를 개인의 나약함으로 돌리는 시선에서 벗어나,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 영국과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듯, 제도적 장치와 통계, 그리고 낙인을 줄이려는 꾸준한 노력이 맞물릴 때 비로소 방 안에 머무는 이들도 조금씩 문을 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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