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자퇴생 1만 명 시대, 교실은 왜 텅 비어가는가?


도입부 왜 지금 이 이슈를 이야기해야 하는가

고등학교 1학년 교실 풍경이 예전 같지 않다. 한 반에 서른 명이 앉아 있던 자리가 어느새 스물여덟, 스물일곱으로 줄어드는 학교가 늘고 있다. 성적 문제로, 혹은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 자체가 버거워서 교문을 나서는 학생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2025학년도 일반고 1학년 자퇴생 수는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다. 몇 해 전만 해도 5천 명대에 머물던 숫자가 두 배 넘게 뛴 셈이다. 마침, 지난해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고 내신 평가가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뀐 첫해였다. 그러다 보니 “성적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를 떠난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퍼졌다.

그런데 정작 교육 당국이 내놓은 통계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자퇴한 학생들의 평균 성적은 상위권이 아니라 오히려 중하위권에 가까웠고, 자퇴 사유의 상당수는 ‘기타’로 분류돼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었다. 제도 하나만 탓하기엔 이 현상의 결이 훨씬 복잡하다는 뜻이다. 지금 이 문제를 짚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이슈란 무엇인가 정의와 개념 정리

‘고1 자퇴’는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이 학기 도중 학업을 중단하고 학적을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 통계에서는 이를 ‘학업 중단’이라는 큰 범주로 묶어 다루는데, 그 안에는 자퇴 외에도 퇴학, 제적 등이 포함된다. 다만 최근 늘어난 것은 징계성 퇴학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가 스스로 결정한 자퇴가 대부분이다.

자퇴한 학생이 곧바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검정고시를 통해 고졸 학력을 취득하고 수능에 응시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대안학교로 옮기거나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경우, 재택교육 형태로 자기주도학습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즉 자퇴는 학업의 ‘중단’이라기보다 학업 경로의 ‘변경’에 가까운 선택이 되는 셈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개념이 하나 더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내신 리셋’이다. 고1 때 내신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학생이 자퇴한 뒤 이듬해 같은 학년으로 재입학해 성적표를 새로 쌓으려 한다는, 이른바 전략적 자퇴에 대한 우려다. 다만 이 개념이 실제 통계로 얼마나 뒷받침되는지는 뒤에서 짚어보기로 한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나 발생 배경

자퇴 증가의 배경을 한 가지 원인으로 몰아가기는 어렵다. 여러 요인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첫째, 대입 제도의 변화다. 주요 대학들이 정시, 즉 수능 위주 전형으로 신입생을 40% 이상 선발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신에서 밀린 학생들이 아예 학교를 나와 수능에만 집중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실제로 2026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검정고시 출신 수험생은 전년보다 10% 넘게 늘었다.

둘째, 고교학점제와 내신 평가 방식 개편이다. 2025학년도부터 전국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내신 등급도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었다. 상위 10%까지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언뜻 경쟁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평가 방식 자체가 낯설어진 상황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셋째, 학교 부적응과 또래 관계의 어려움이다. 학군지일수록 학교폭력 심의 건수도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되는데, 교우 관계나 교사와의 갈등으로 학교생활 자체를 버거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성적표로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 정서적 소진이 자퇴로 이어지는 경우다.

넷째, 학교 밖 학습 경로가 예전보다 다양해졌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검정고시 합격률이 70%를 넘어서고, 대안학교나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자퇴가 곧 ‘낙오’라는 인식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현재 실태

숫자로 먼저 살펴보자. 전국 일반고 1학년 자퇴생 수는 2021학년도 6,112명에서 2022학년도 7,880명, 2023학년도 9,373명, 2024학년도 9,346명을 거쳐 2025학년도에는 1만 6명으로 처음 1만 명 선을 넘었다. 고교 전체 학업 중단자 수 역시 2020년 9,504명에서 2025년 1만 8,661명으로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고1 학생이었다.

지역별 편차도 뚜렷하다. 4년 전과 비교해 경 인권 학업 중단자는 110% 넘게, 서울권은 94%가량 급증했지만, 지방권은 82%대 증가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교육열이 높은, 이른바 ‘학군지’일수록 증가 폭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자퇴가 학업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입시 전략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지역일수록 두드러진다는 해석과 맞닿아 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교육부가 처음으로 공개한 자퇴생 성적 분석에 따르면, 2025학년도 고1 자퇴생의 평균 내신 등급은 5등급제 기준 3.7등급, 9등급제로 환산하면 6.7등급 수준이었다. 이는 2023학년도(6.2등급), 2024학년도(6.3등급) 자퇴생 평균보다도 낮은, 즉 중하위권에 가까운 수치다. 1등급이래 학생의 자퇴 비율도 6.72%로 2년 전 7.07%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내신 리셋을 노린 상위권의 전략적 자퇴’라는 세간의 우려와는 다소 다른 그림인 셈이다.

그럼에도 자퇴 사유의 약 70%가 통계상 ‘기타’로 분류돼 정확히 왜 학교를 떠나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은 정책 대응의 한계로 지적된다.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고1 자퇴 증가는 몇 가지 층위에서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공교육의 신뢰 문제다. 학교가 학생을 붙잡아두지 못하고 오히려 학교 밖 선택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상황이 반복되면, 공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학교가 대입 준비 기관으로서의 경쟁력을 잃었다는 인식이 퍼지면, 정규 교육과정의 의미 자체가 약해진다.

다음으로 교육 격차 확대 우려다. 자퇴 후 검정고시나 사교육을 통한 수능 준비가 가능해지려면 경제적 여유와 정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군지에서 자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은, 이 선택이 모든 학생에게 균등하게 열린 기회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학생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가볍지 않다. 학교를 나온 뒤의 경로가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학생도 있지만, 사유 불명으로 분류된 다수의 학생 중에는 심리적 어려움이나 관계의 문제를 안은 채 별다른 지원 없이 사회로 나가는 경우도 섞여 있을 수 있다. 학교라는 안전망을 벗어난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돌봄 체계가 촘촘하지 않다면, 이는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 현장의 혼란이다. 학급 인원 감소,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 남아 있는 학생들이 느끼는 위화감 등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나 해외 사례

학업 중단이나 학교 밖 학습을 대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

미국은 한국의 검정고시와 비슷한 GED(General Education Development)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재택교육이 법적으로 폭넓게 인정된다. 학교를 벗어나 온라인 교육과정으로 학업을 이어가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경로도 비교적 잘 정비돼 있어, 학교 이탈이 곧 학업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이 마련돼 있는 편이다.

유럽 상당수 국가는 반대로 의무교육에 대한 규율이 엄격해 재택교육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매우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학교 밖 학습 경로보다는 학교 안에서 다양한 진로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탈을 줄이는 쪽에 가깝다.

일본의 경우 ‘허토코(不登校)’라는 불리는 등교 거부·장기 결석 학생 문제를 오래전부터 겪어왔는데, 이를 낙오가 아니라 다양한 학습권의 문제로 접근해 프리스쿨이나 야간 중학교 등 대안적 학습 공간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공통으로 확인되는 지점이 있다. 학교를 떠나는 것 자체를 막는 데 집중하기보다, 학교 밖에서도 학습권과 진로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에 더 무게를 둔다는 점이다.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해결 방안

먼저 자퇴 사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통계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사유의 70%가 ‘기타’로 뭉뚱그려지는 현재 방식으로는 원인에 맞는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학교와 교육청 차원에서 자퇴 상담 과정을 내실화하고, 사유를 세분화해 기록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둘째, 내신 제도 변화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심리적 안정 지원이다. 새 제도가 도입될 때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불안은 실제 불이익 여부와 별개로 자퇴라는 선택을 앞당길 수 있다. 입시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고, 진로 상담과 학습 코칭을 촘촘히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셋째, 학교 부적응의 근본 원인에 대한 대응이다. 교우 관계나 학교폭력, 교사와의 갈등이 자퇴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상담 인력 확충과 또래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 정서적 지원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촘촘한 지원망 구축이다. 자퇴가 곧 방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학업 중단 이후에도 검정고시 준비나 대안교육, 직업훈련 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지원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다섯째, 공교육 자체의 경쟁력 회복이다. 학교 수업이 수능이나 진로 준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신뢰를 학생들이 갖도록, 교육과정과 입시 제도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중장기적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
2025학년도 전국 일반고 1학년 자퇴생, 처음으로 1만 명 돌파
5년 전(2021년 6,112명)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
지난해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및 내신 5등급제 도입 첫해
자퇴생 평균 내신은 상위권이 아닌 중하위권(9등급제 환산 6.7등급 수준)
교육 당국은 “상위권의 전략적 자퇴 급증”에는 선을 그음
학군지일수록 학업 중단자 증가 폭이 두드러짐
자퇴 사유의 약 70%는 통계상 ‘기타’로 원인 파악에 한계
학교폭력·교우관계 등 학교 부적응 요인도 함께 작용
검정고시 지원자·합격률 동반 상승 추세
해외는 학교 이탈 자체보다 학교 밖 학습권 보장에 방점
마무리 결론 및 시사점

고1 자퇴생 1만 명이라는 숫자는 분명 무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숫자를 어떤 하나의 제도 탓으로 성급히 돌리기보다는, 그 안에 얽힌 여러 갈래의 사정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내신 제도 변화에 대한 불안, 대입 구조의 압박, 학교 안에서의 관계 어려움까지, 학생들이 교문을 나서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퇴라는 선택 자체를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 이후에도 학생의 배움과 성장이 끊기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준비돼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학교 안에서든 밖에서든, 아이들이 다시 길을 잃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마련하는 일. 지금 우리 교육이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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