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려면 학원부터”…월 30만 원 넘게 쓰는 청년 취업 사교육의 민낯

도입부 왜 지금 이 이슈를 이야기해야 하는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이력서 양식이 아니라 학원 등록비 고지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고도 자격증 학원, 어학원, 자기소개서 첨삭 서비스를 또다시 찾아 나서야 하는 게 요즘 청년들의 현실입니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서는 청년들이 취업을 준비하며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중고 시절 사교육비 문제로 떠들썩했던 사회가, 이제는 그 부담이 대학 이후 취업 준비 단계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 셈입니다. 학업이 끝나면 사교육도 끝날 거라 여겼던 기대가 무색해지는 지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청년 취업 사교육비라는 문제가 왜, 어떻게 커졌는지, 그리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보려 합니다.

이 이슈란 무엇인가 정의와 개념 정리

‘취업 사교육비’란 대학 졸업을 전후한 청년 구직자가 취업 준비 과정에서 지출하는 각종 사설 교육·컨설팅 비용을 말합니다. 어학 시험 대비 학원비, 전공 관련 자격증 취득 비용, 자기소개서·면접·포트폴리오 준비를 도와주는 취업 컨설팅 비용 등이 대표적입니다.

기존에 사교육비라 하면 초중고 학생의 학원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이 개념이 대학 졸업 이후 구직 단계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즉 사교육 시장이 입시라는 좁은 범주를 넘어 ‘취업’이라는 또 다른 관문 앞에서도 작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나 발생 배경

청년 취업 사교육비가 늘어난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요인이 겹쳐 있습니다.

첫째, 채용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류 전형부터 면접까지 단계마다 준비해야 할 항목이 늘었습니다. 자격증 하나, 어학 점수 하나가 당락을 가르는 요소로 여겨지면서 청년들은 ‘남들보다 하나라도 더’ 갖추려는 압박을 받습니다.

둘째, 대학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설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늘었습니다. 자기소개서 첨삭이나 모의 면접 같은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받는 것이 이제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셋째, 초중고 시기부터 이어진 사교육 의존 문화가 대학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연장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원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온 경험이, 취업 준비 단계에서도 ‘사교육에 기대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현재 실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부담의 크기가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재단법인 교육의 봄과 청년재단이 만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어학과 자격증, 취업 컨설팅 등에 매달 평균 30만 원, 연간 약 360만 원의 취업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93.7%가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지출 항목으로는 전공 자격증 취득이 절반을 넘겼으며 어학 연수·시험과 자기소개서·면접·포트폴리오 등 취업 컨설팅이 뒤를 이었습니다. 학력이 낮을수록 오히려 사교육비 지출 부담이 크게 나타나는 구조적 불균형도 함께 확인됐습니다.

또 다른 조사 결과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재단법인 교육의 봄이 14개 조사기관의 채용 관련 설문을 분석한 자료에서는 취업 준비생 1인당 연평균 취업 사교육비가 455만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2년에 227만 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조사기관과 표본에 따라 구체적인 금액에는 차이가 있지만, 방향성은 뚜렷합니다. 취업 준비 비용이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그 부담을 청년 개인과 가정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취업 사교육비 부담은 단순히 ‘돈이 많이 든다’라는 차원을 넘어 여러 갈래로 사회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경제적 형편에 따라 취업 준비의 질이 갈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같은 스펙 경쟁이라도 여유 있는 가정의 청년은 다양한 사교육을 받으며 준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청년은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준비 비용을 동시에 마련하느라 정작 준비에 쏟을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이는 노력만으로는 메우기 어려운 출발선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교육비 지출도 누적되면서, 구직 활동 자체가 청년에게 상당한 경제적 위험으로 작용합니다. 자산을 형성하기도 전에 빚부터 지는 청년들이 늘어난다면, 이는 결혼과 출산 등 이후의 생애 주기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문제는 채용 시장의 공정성 논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스펙 위주의 채용 관행이 계속되는 한 사교육 의존은 줄어들기 어렵고, 이는 능력과 잠재력보다 ‘준비할 여력이 있는가’가 채용 결과를 좌우한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나 해외 사례

해외에서도 청년 구직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독일은 오랫동안 ‘이원화 직업교육(Duals System)’을 운영해 왔습니다. 학생이 재학 중부터 기업 현장 실습과 이론 교육을 병행하도록 함으로써, 졸업과 동시에 실무 역량을 갖추고 사설 취업 컨설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를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프랑스는 공공 고용서비스 기관을 통해 구직자에게 이력서 작성, 면접 훈련, 직업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민간 컨설팅 시장에 기대지 않아도 최소한의 취업 준비 지원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접근입니다.

북유럽 국가들 역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직업훈련과 재교육 기회를 공공 영역에서 폭넓게 제공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취업 준비의 상당 부분을 개인의 사적 지출에 맡기기보다, 공공 인프라로 흡수하려는 방향성을 공통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각국의 노동시장 구조와 교육 제도가 다른 만큼, 이런 방식을 그대로 우리 상황에 옮겨오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해결 방안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이 제시하는 방향은 크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정부 차원의 정기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초중고 사교육비처럼 매년 조사·발표되는 통계가 있어야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효과를 점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의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무료 컨설팅이나 공부 공간 제공 같은 기존 지원이 실제로 청년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얼마나 덜어주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프로그램의 질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채용 방식 자체를 능력과 직무 역량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꾸준히 나옵니다. 특정 자격증이나 어학 점수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관행이 줄어들수록, 청년들이 불필요한 사교육에 기댈 이유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물론 이러한 방안들이 하루아침에 효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문제의 크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공공 영역의 역할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 부담을 완화하는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
청년 취업 사교육비는 대학 졸업 전후 청년이 취업 준비 과정에서 지출하는 어학·자격증·컨설팅 비용을 말합니다.
2026년 조사에서는 청년들이 월평균 약 30만 원, 연간 약 360만 원의 취업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조사에서는 연평균 취업 사교육비가 455만 원으로, 2022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응답자 상당수가 취업 사교육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력이 낮을수록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도 확인됐습니다.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 프랑스의 공공고용 서비스처럼 해외에서는 취업 준비 부담을 공공 영역이 일부 흡수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정기적인 실태조사, 공공 취업 지원 프로그램 강화, 능력 중심 채용 확산이 해결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마무리 결론 및 시사점

취업 사교육비 문제는 얼핏 보면 개인이 알아서 감당해야 할 ‘선택적 지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 10명 중 9명 이상이 사교육을 경험했고, 그 부담이 매년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 앞에서는 이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남겨두기 어렵습니다.

입시 사교육비를 둘러싼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처럼, 이제는 그다음 관문인 취업 사교육비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청년이 준비할 여력이 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갖춘 역량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채용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이 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근본적인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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