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매장 절도, 왜 잡아도 줄지 않을까? 편의점 왕국의 그림자


동네 편의점에 사람이 사라졌다, 그리고 생긴 일

퇴근길에 들르는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새벽에도 불이 켜져 있는 무인 편의점, 요즘은 빨래방과 스터디카페, 사진관까지 사람 없이 운영되는 곳이 흔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낯설게 느껴지던 ‘무인’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골목 상권의 표준처럼 자리 잡은 셈이다.

그런데 이 편리함 뒤에서 조용히 몸집을 키워온 문제가 있다. 바로 절도다. 계산대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누군가에게는 그곳이 ‘기회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무인 매장을 대상으로 한 절도 신고는 해마다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점주들은 CCTV를 늘리고 잠금장치를 이중으로 걸어도 피해를 막지 못해 한숨을 쉬고 있다.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무인 매장은 이제 특정 지역, 특정 업종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동네 어디에나 있는 일상의 풍경이 되었고, 그만큼 이 문제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인 매장 절도 문제란 무엇인가

무인 매장이란 말 그대로 직원이 상주하지 않고 고객이 스스로 상품을 고르고 키오스크나 혼자 결제기로 계산까지 마치는 매장을 뜻한다. 편의점, 아이스크림 할인점, 밀키트 판매점부터 빨래방, 스터디카페, 인형뽑기방, 사진관까지 업종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 자체가 감시의 공백을 만든다는 데 있다.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기록’일 뿐 ‘현장 제지’는 아니다. 사람이 지키고 서 있을 때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좀도둑질이, 매장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훨씬 쉬워지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는 단순히 물건 몇 개가 없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점주의 생계, 경찰 행정력의 낭비, 그리고 청소년 범죄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파급 효과까지를 포괄한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나 발생 배경

무인 매장이 이렇게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명확한 경제적 이유가 있다. 최저임금이 꾸준히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이 사람 대신 기계를 두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이뤄진 조사에서 소상공인들이 비용 압박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고용 규모를 줄이는 것이었고, 그다음으로 무인화·자동화 도입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런 흐름은 뚜렷하다. 한 편의점 점주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야간에는 아예 간판 불을 끄고 무인 자판기 운영으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소비에 익숙해진 것도 무인 매장 확산에 힘을 보탰다. 초기 투자 비용과 고정 인건비 부담이 일반 자영업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역시 창업자들이 무인 업종을 선택하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문제는 이렇게 빠르게 늘어난 매장 수만큼 보안 투자가 뒤따르지 못했다는 데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수도권의 무인 매장을 점검한 결과 출입문 보안이 갖춰진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조사 결과는, 매장은 늘었지만, 안전장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현재 실태

수치로 보면 상황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보안업체 에스원에 따르면 국내 무인 매장 수는 2020년 2,250여 개에서 2025년 1만 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무인 매장을 대상으로 한 도난 피해 건수는 2021년 3,514건에서 2023년 1만 847건으로 늘었다. 경찰청 통계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는데, 무인점포 절도 건수는 2021년 3,514건에서 2022년 6,018건으로 약 1.7배 늘었고, 2025년에는 1만 건 이상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지역 단위로 봐도 증가세는 가파르다. 대전소방본부 자료에 따르면 대전 지역 무인점포는 한 해 6월 303곳에서 같은 해 12월 603곳으로 반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무인 매장 절도·파손 관련 민원 역시 2022년 월평균 54건에서 2024년 103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소액 절도의 급증이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재산 피해액이 10만 원 이하인 절도 사건은 8만 1,329건으로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0년보다 53% 늘어난 수치다. 피해액은 적어도 사건 수 자체가 워낙 많다 보니, 경찰로서는 계좌 추적과 CCTV 분석 등 절차를 매번 거쳐야 해 수사 부담이 상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절도범의 연령대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에스원 범죄예방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전체 절도 피의자 중 10대 비중은 18.6%지만, 무인 매장 절도범 중 10대 비중은 34.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감시하는 눈이 없다는 사실이 특히 판단력이 여물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유혹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이 문제는 여러 층위에서 파급력을 갖는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자영업자다. 결제하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는 일이 반복되면 영세 점주에게는 그대로 손실로 남는다. 한 프랜차이즈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점주는 넉 달 동안 손해 본 피해액만 100만 원이 넘어 결국 겹벌이를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절도 경고문을 붙였다가 본사로부터 상표 인지도를 해친다는 이유로 철거 지시를 받기도 했다. 방범 조치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 개인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치안 인프라에 걸리는 부담이다. 무인 매장이 늘어나는 만큼 경찰이 처리해야 할 소액 절도 신고도 함께 늘어나고, 이는 다른 중요 사건 수사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매장 경비와 관리라는 원래 점주의 책임 영역이 사실상 공공 치안 서비스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 번째는 청소년 범죄 문제다. 판단력이 완성되지 않은 나이에 별다른 제지 없이 절도를 저지르고, 그 경험이 재범으로 이어질 위험도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 점주는 청소년 절도 사실을 학부모에게 알렸다가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린 뒤로는 신고 자체를 포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고해도 뒷감당이 힘들고, 신고하지 않으면 피해가 쌓이는 딜레마 속에 놓인 것이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나 해외 사례

무인 소매의 원조 격인 미국의 아마존 고(Amazon Go) 실험 이후, 일본에서도 인건비 절감의 대안으로 무인 매장이 한때 크게 확산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오히려 무인점포를 다시 줄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도난 등 운영상의 어려움과 함께 현금 사용 비중이 높고 고령층 이용자가 많은 일본 소비 환경에서 앱 설치나 카드 등록을 요구하는 무인 시스템이 오히려 이용 장벽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결과 일본 업계는 완전 무인화를 고집하기보다 기술로 인력을 보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으며, 소매업에 정보기술을 접목한 첨단 소매 유통 기술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2021년의 두 배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인화를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 사람이 하던 역할 중 어디까지를 기술로 대체하고 어디는 남겨둘지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완전한 무인이 아니라 ‘반(半) 무인’ 혹은 ‘스마트 보안이 결합한 무인’이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해결 방안

가장 시급한 것은 기본적인 물리 보안의 강화다. 앞서 살펴봤듯 수도권 무인 매장 상당수가 출입문 보안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는 조사 결과는, 최소한의 출입 인증 절차만 도입해도 절도 시도 자체를 줄일 여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용카드나 QR 인증을 거쳐야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은 이미 일부 대형 편의점 브랜드에서 시도되고 있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 기반 이상행동 감지와 실시간 출동 체계다. 보안업계에서는 사고를 사후에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해 현장에 바로 대응하는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밝히고 있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공간이라도 ‘누군가 지켜보고 즉시 출동한다’라는 인식이 생기면 그 자체로 억지력이 된다.

세 번째는 제도적 보완이다. 소액 절도라 해도 반복되면 누적 피해가 상당한 만큼, 점주가 방범 조처를 할 수 있는 자율성을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에서 존중해줄 필요가 있고, 청소년 절도에 대해서는 처벌 일변도가 아니라 재범을 막을 수 있는 교육적 개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소액 절도 신고 처리 절차를 간소화해 경찰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인 매장을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규제로 억누르는 방식이 현실적인 답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인 운영이 아니면 사업을 지속하기 힘든 영세 자영업자가 이미 많은 상황에서, 무인화 자체를 되돌리기보다는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짜는 쪽이 더 현실적인 방향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
국내 무인 매장 수는 2020년 약 2,250개에서 2025년 1만 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무인 매장 절도 건수는 2021년 3,514건에서 2025년 1만 건 이상으로 폭증했다.
10만 원 이하 소액 절도 사건은 2024년 8만 1,329건으로 5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인 매장 절도범 중 10대 비중은 34.8%로 전체 절도 평균(18.6%)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수도권 무인 매장 상당수는 최소한의 출입문 보안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무인화 확산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은 최근 완전 무인화 대신 기술로 인력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해법으로는 출입 인증 강화, AI 이상행동 감지, 신고 절차 간소화, 청소년 대상 교육적 개입 등이 거론된다.
마무리 결론 및 시사점

무인 매장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인건비 부담과 소비 흐름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무인 업종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매장의 숫자가 늘어난 속도만큼 그 공간을 안전하게 지킬 장치는 함께 자라지 못했다.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은 더 이상 개별 점주 혼자만의 몫으로 남겨둘 문제가 아니다. 보안 기술을 갖춘 기업, 제도를 설계하는 정부, 그리고 프랜차이즈 본사가 함께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표준화해야 한다. 무인이라는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그 편리함이 누군가에게는 손쉬운 범죄의 기회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 지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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