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CCTV, 안심의 상징일까 감시의 시작일까
동네 골목을 걷다 보면 이제 CCTV 없는 구간을 찾기가 더 어렵다. 편의점 앞에도, 놀이터 옆에도, 좁은 주택가 골목 어귀에도 어김없이 파란 불빛이 깜빡인다. 그런데 정작 “저 카메라가 실제로 범죄를 막아주고 있을까”라는 질문 앞에서는 다들 모호한 표정을 짓는다. 뉴스에서는 CCTV 덕분에 범인을 잡았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나오지만, 동시에 CCTV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사생활 침해 민원도 함께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CCTV 확충에 쏟아붓는 예산은 눈에 띄게 커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지자체가 CCTV 설치에 투입한 예산은 1조 4,553억 원에 달했고, 이 돈으로 새로 설치된 CCTV는 38만 4,152대에 이른다. 웬만한 중소 도시 인구수와 맞먹는 규모다. 이쯤 되면 “CCTV 효과가 있으니 이렇게까지 늘리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효과에 대한 학계와 현장의 평가가 생각보다 더 엇갈린다. 지금, 이 질문을 정색하고 짚어볼 때다.
CCTV 범죄예방 효과란 무엇을 뜻하는가?
‘CCTV 범죄예방 효과’라고 하면 보통 두 가지 의미가 섞여 쓰인다. 하나는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카메라를 보고 마음을 접는 ‘억제 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벌어진 사건의 범인을 특정하고 검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사 지원 효과’다. 사람들이 “CCTV가 효과 있다”라고 말할 때는 대부분 후자, 그러니까 범인을 잡는 데 쓰인 사례를 떠올린다. 반면 범죄학에서 진짜로 따지고 싶어 하는 것은 전자다.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애초에 범죄 시도를 줄이느냐는 질문이다.
이 둘을 구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건이 터진 뒤 범인을 잡는 데 쓰이는 건 CCTV의 ‘사후 처리’ 기능이고, 사회 전체의 범죄 발생 건수를 낮추는 건 ‘사전 예방’ 기능이기 때문이다. 두 기능 모두 의미가 있지만, 정책적으로 “CCTV를 더 늘려야 하느냐”를 판단할 때는 사전 예방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가 핵심 근거가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연구자들 사이의 견해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다.
왜 CCTV가 이렇게까지 늘어났나
CCTV 확산의 배경에는 몇 가지 흐름이 겹쳐 있다. 우선 1인 가구와 여성, 노인 등 범죄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느끼는 인구가 늘면서 ‘눈에 보이는 안전장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졌다. 실제로 사건이 벌어졌을 때 CCTV 영상이 결정적 증거로 쓰이는 장면을,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니, 카메라 자체가 안전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측면도 있다.
여기에 스마트시티 정책이 맞물렸다. 지자체들은 범죄 예방뿐 아니라 화재 감지, 교통관리, 시설 안전까지 한 번에 잡겠다며 CCTV를 통합 관제 인프라의 핵심으로 삼았다. 지난 한 해에만 2,824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6만 5,296대의 CCTV가 전국에 새로 설치됐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인 5만 8,963대가 범죄 예방과 수사 목적이었다. 정치권과 지자체장으로서도 CCTV 확충은 예산 대비 체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사업이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는 편이다.
여기에 AI 기술이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단순히 영상을 녹화하는 수준을 넘어, 쓰러진 사람이나 배회하는 사람을 자동으로 감지해 관제 요원에게 알려주는 ‘지능형 CCTV’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안전 인프라를 사람 손이 아니라 기술로 보완하겠다는 발상인데, 이는 뒤에서 다시 다룰 ‘인력 부족’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지금 현장은 어떤 모습인가
숫자로 먼저 보면 확산 속도가 실감 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216곳의 관제 센터가 관리하는 CCTV 대수는 2021년 47만 1,866대에서 2024년 65만 423대로 늘었다. 3년 만에 4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문제는 카메라 수만 늘고 이를 지켜보는 인력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관제 요원 1인당 지켜봐야 하는 CCTV 대수는 2022년 379대에서 2024년 477대로 26% 늘었는데, 이는 행안부가 2013년에 권고했던 적정 대수 50대의 1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사람 한 명이 화면 수백 개를 동시에 감시한다는 건 사실상 실시간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이런 인력난을 메우려고 지자체들이 꺼내 든 카드가 앞서 언급한 지능형 CCTV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20만 대 CCTV 가운데 33%를 지능형으로 전환했고, 2026년까지 이 비율을 1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장의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AI가 놓치는 상황이 여전히 많고, 정작 경찰과의 협업 체계도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도 물론 있다. 보안업체 에스원이 자사 고객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간 도난 범죄 건수가 약 33% 줄었고, 전체 도난 범죄 가운데 38.4%는 CCTV를 확인하거나 출동한 보안업체 직원과 마주쳐 범행을 포기한 미수 사건이었다고 한다. 다만 이는 보안 시스템을 이미 갖춘 민간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통계라는 점은 고려해서 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CCTV가 주는 심리적 안도감은 분명 존재한다. 밤늦게 골목을 걸을 때 카메라가 있는 길과 없는 길 중 어느 쪽을 택할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실제로 범행 도중 CCTV를 인지하고 스스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들은 카메라가 최소한의 억지력을 갖고 있다는 근거로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다른 쪽 저울추도 만만치 않게 무겁다. 첫째는 ‘범죄 전이’ 문제다. 특정 구역에 CCTV를 집중적으로 설치하면 그 구역의 범죄는 줄어들지만, 범죄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카메라가 없는 인근 지역으로 옮겨갈 뿐이라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둘째는 사생활 침해다. 지난해 접수된 CCTV 설치 관련 민원 1만 873이건 가운데 1만 829건이 주택가 골목이나 창문 앞처럼 사적인 공간이 찍히는 데 대한 불만이었고, 이 중 44건은 사생활을 직접 침해했다는 주장이었다. 셋째는 감시가 특정 계층에 쏠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임대주택이나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AI CCTV가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설치되는 반면 고소득 주거지나 민간 단지에는 도입이 더딘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을 위한 장치가 특정 계층에 대한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나
CCTV 밀도로 따지면 영국을 빼놓을 수 없다. 영국에 설치된 CCTV는 약 600만대로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며, 도시에 사는 시민 한 명이 하루 동안 카메라에 찍히는 횟수는 평균 300회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영국은 대신 CCTV 커미셔너 제도를 두고 설치·운영 기준과 영상 보관 절차를 법으로 세밀하게 규정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다. 즉 카메라 수를 늘리는 것과 별개로, 그 카메라를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감독 체계를 함께 갖춘 셈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 이 부분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CCTV 설치와 운영이 중앙정부 차원의 통일된 법률보다는 지자체별 조례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지역마다 주민 동의 절차나 설치 기준의 촘촘함이 제각각이다. 서울 강남의 일부 지역은 CCTV 설치 시 주민 공청회나 동의 절차를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소도시는 형식적인 공고만 내고 동의 절차를 생략하는 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이 국가 단위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무조건 늘리기’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범죄 발생 통계와 지형적 특성을 바탕으로 CCTV가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소를 먼저 선정하고, 그렇지 않은 곳까지 예산을 밀어 넣는 관행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설치 자체보다 ‘어디에, 왜’ 설치하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는 뜻이다.
두 번째는 관제 인력과 시스템 정비다. 카메라 대수만 늘리고 이를 지켜볼 사람은 그대로 두는 구조로는 사후 대응조차 제때 이뤄지기 어렵다. 지능형 CCTV로 인력 부족을 메우려는 시도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경찰과 관제 센터 간 협업 절차처럼 제도적으로 손봐야 할 부분도 함께 정리돼야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법·제도 정비다. 영상 보관 기간 준수 여부에 대한 정기 점검, 주민 동의 절차의 표준화, 설치 목적과 범위에 대한 투명한 공개 같은 장치들이 지자체 조례 수준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통일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양자택일의 문제로 보지 않고, 둘 다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규칙을 만드는 것이 결국 관건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요약
CCTV 확산 속도: 2019~2024년 전국 지자체가 1조 4,553억 원을 들여 38만 4,152대 신규 설치
관제 인프라 현황: 관제 센터 CCTV는 2021년 47만여 대에서 2024년 65만여 대로 증가, 관제 요원 1인당 감시 대수는 477대까지 늘어 적정 기준의 10배 수준
효과를 보여주는 데이터: 민간 보안업체 고객사 기준 도난 범죄 33% 감소, 범행 미수 비율 38.4%
드러난 부작용: CCTV 설치 관련 민원의 99% 이상이 사생활·상권 영향 관련 위치 선정 문제
해외 비교: 영국은 CCTV 600만 대 규모지만 커미셔너 제도로 법적 감독 체계를 병행
남은 과제: 무분별한 확충보다 효과 검증에 기반한 선별 설치, 관제 인력 확충, 국가 단위 가이드라인 마련
CCTV, 있어야 할 곳에 제대로 있어야 한다.
결국 “CCTV가 범죄를 막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와 “아니다” 둘 중 하나로 답하기 어렵다. 카메라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범죄자가 분명 존재하는 만큼 억제 효과 자체를 부정하긴 어렵지만, 그 효과가 지역 전체의 범죄를 줄이는 수준인지, 아니면 단순히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만드는 수준인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게다가 카메라 수가 늘어나는 속도를 관리 역량과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다뤄야 할 문제다.
결국 이 논의의 본질은 카메라를 더 놓을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설치하고, 그렇게 모인 영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만큼 CCTV를 둘러싼 논의도 당분간 식지 않을 주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카메라를 더 다는 일이 아니라, 이미 달아놓은 카메라를 제대로 쓰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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